THE PHANTOM OF THE OPERA

MENU
매일 써나가는 뮤지컬의 전설 <오페라의 유령>
매일 써나가는 뮤지컬의 전설 <오페라의 유령>
2019-11-12

공연칼럼니스트 박병성

뮤지컬 중의 뮤지컬

뮤지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 대표 뮤지컬을 한 편 꼽는다면 많은 이들이 <오페라의 유령>을 떠올릴 것이다. 1986년 웨스트엔드와 1988년 브로드웨이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린 후 뮤지컬을 대표하는 두 곳에서 30년이 넘는 동안 공연하는 유일한 작품. 브로드웨이에서는 최다 공연 기록을 기네스북에 올렸으며,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연을 예측할 수 없어 하루하루 뮤지컬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뮤지컬이다.

 

1980년대 글로벌한 시장에 진출한 메가 뮤지컬 <캣츠>(1981), <레미제라블>(1985), <오페라의 유령>(1986), <미스 사이공>(1989) 소위 뮤지컬 Big4 중 <오페라의 유령>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2017년까지 매출액이 61억 달러로 <라이온 킹>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매출액을 올렸다. 현재는 <오페라의 유령> 매출액은 거의 7조 원에 다다랐을 것으로 추산된다. <오페라의 유령>의 가치는 문화 상품적인 면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흔히 말하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놓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잘 짜인 드라마, 아름다운 음악, 눈을 뗄 수 없는 의상과 무대, 마음을 빼앗는 캐릭터 등 이야기와 음악, 볼거리 어느 면에서도 대적할 만한 작품이 많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오페라의 유령>은 가스통 르루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괴신사의 이야기는 영화나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으로 태어났다. 그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파리 오페라 하우스 내에서 벌어진 사건에 집중하면서 원작을 가장 충실하게 전달한다. 다양한 버전의 <오페라 유령>들 중에서도 지하 은신처에 사는 유령의 신비함을 잘 담아내,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이후 유령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오는 대비를 극대화했다.

 

음악은 또 어떠한가. 가장 대중적인 뮤지컬 작곡가로 꼽히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종합적인 능력이 가장 잘 발휘된 작품이 <오페라의 유령>이다.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그 밤의 노래(Music of the Night)’, ‘바램은 그것뿐(All I Ask of You)’ 등 많은 사랑을 받는 테마 곡들뿐만 아니라 ‘가면무도회(Masquerade)’, ‘프리마 돈나(Prima Donna)’ 등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합창곡, 그리고 극중극으로 선보이는 세 편의 오페라 장면의 곡까지 웨버는 클래식하면서도 대중적인 역량이 최대로 반영된 음악을 선보인다.

 

19세기 의상을 고증한 버슬이 강조된 여성복이나 무대의상과 분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준다. 촛불이 일렁이고 신비한 안개가 자욱한 유령의 은신처와 관객석 위에서 무대로 곤두박질치는 샹들리에, 그리고 화려한 무대 의상의 향연인 가면무도회 등 의상, 무대, 가발, 분장, 특수효과가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에 어우러지면서 충만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완벽’이란 단어가 인간의 영역에 허용되는 용어가 아니겠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 중 완벽에 근접한 작품이다. 

 

 

선진 공연 문화를 정착시키다

<오페라의 유령>은 영국, 미국, 일본, 멕시코, 덴마크, 호주, 뉴질랜드 등 여섯 개 대륙의 30여 개 나라에서 공연됐다. 전 세계 공연되는 <오페라의 유령>은 의상, 무대, 소품 등을 모두 공수해 동일한 퀄리티로 공연된다. <오페라의 유령>이 자주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한국 초연은 7개월간 12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19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로 인해 한국 뮤지컬 시장의 체질이 완전히 변했다.

 

흔히 말하는 한국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은 그저 듣기 좋은 가벼운 수사가 아니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성공 이후 한국 뮤지컬 시장은 확연히 달라졌다. 가장 큰 것은 공연이 문화산업으로서 부가가치가 높은 장르라는 인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연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투자사들이 <오페라의 유령> 이후 공격적으로 공연 투자에 참여하면서 뮤지컬 시장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또 하나 뮤지컬이 투자 가치 있는 장르가 되기 위해서는 장기공연이 필수적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뮤지컬 전용 극장이 필요하다.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 전용 극장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면서 다양한 논의를 불러일으킨다. 현재 뮤지컬이 장기 공연할 수 있는 충분한 뮤지컬 전용 극장이 마련된 데에는 <오페라의 유령>이 기여한 바가 크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은 7개월이라는 최장기 공연, 티켓 가격 R석 10만 원, 기간을 나누어서 티켓을 오픈하는 마케팅, 공연 시작 수개월 전부터 제작발표회, 캐스팅 발표, 해외 프레스 투어 등 홍보 이슈 개발 등 홍보 마케팅적인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연습 스케줄 조정 등 공연 체질의 변화까지도 이루어낸다. 이전까지만 해도 뮤지컬의 연습 과정은 연극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든 배우가 아침에 모여 연습이 끝날 때까지 함께 있었고 자신이 연습에 필요하지 않는 장면일지라도 지켜보면서 전체적인 작품의 흐름을 익혀갔다. 그러나 대형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의 연습은 달랐다. 노래도 많고 연출 디렉션이 많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8주 만에 연습을 마쳤다. 게다가 체계적인 연습 스케줄로 배우들이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연습실에서의 연습 시간은 짧았지만 드레스 리허설이나 테크니컬 리허설 등 실제 무대에서 적응하는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길었다. 이제는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은 뮤지컬 제작 및 마케팅 홍보 방식 중 많은 것들이 <오페라의 유령>부터 시작했다. 한국 뮤지컬이 <오페라의 유령>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은 산업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공연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해당된다. 

목록으로